수리비 견적서 들고 망설이던 그 표정
자기차량손해 담보를 빼놓고 사고가 난 뒤, 수리비 전액을 본인이 내야 한다는 걸 그 자리에서 처음 아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.
정비소 주차장에서였습니다.
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분이 견적서를 손에 쥔 채 카운터 앞에 멈춰 서 있었어요.
저는 그날 다른 고객 차량 수리 진행 상황 확인 차 그 정비소에 들렀던 참이었습니다.
그분이 직원한테 뭔가를 물어보는데,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게 느껴졌어요.
알고 보니 며칠 전 주차장에서 혼자 기둥에 부딪힌 사고였습니다.
상대방 차는 없었고, 본인 차 앞범퍼랑 헤드라이트 쪽이 꽤 부서진 상태였어요.
견적이 백몇십만 원 나왔다고 했습니다.
근데 이분 보험에 자기차량손해,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자차 담보가 빠져 있었던 거예요.
보험료 아끼려고 갱신할 때 뺐다고 하더라고요.
자차 담보는 말 그대로 내 차가 부서졌을 때 내 보험으로 수리비를 받는 구조입니다.
상대가 없는 단독 사고, 주차 중 긁힘, 자연재해 피해 같은 경우에 쓰이는 거예요.
상대가 있는 사고면 상대 대물로 처리가 되지만, 이런 단독 상황에선 자차 담보 없으면 그냥 전부 본인 돈입니다.
보험료 아끼려다 생기는 일
자차 담보를 빼면 확실히 보험료는 줄어요.
그게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.
차가 오래됐거나, 시세가 많이 떨어진 차라면 빼는 게 맞을 수도 있거든요.
근데 문제는 판단 기준 없이 그냥 비싸 보여서 뺐을 때입니다.
이분도 딱 그 경우였어요.
차가 출고된 지 3년밖에 안 된 차였고, 시세도 제법 남아 있는 상태였습니다.
그 상황에서 수리비를 전부 현금으로 내는 건 꽤 부담스럽잖아요.
그분도 그날 한참을 서서 직원이랑 얘기하다가, 결국 일단 최소한으로만 수리하겠다며 돌아섰습니다.
헤드라이트 쪽은 다음에 하겠다고 하면서요.
그 뒷모습을 보면서 참 씁쓸했어요.
자차 담보 연간 보험료가 이 수리비보다 훨씬 적었을 텐데,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.
갱신 전에 딱 이것만 확인하면 됩니다
자차 담보를 뺄 때는 내 차 시세를 먼저 봐야 해요.
시세가 낮으면 뺄 수 있지만, 차값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면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게 낫습니다.
그리고 자신이 주로 어떤 환경에서 운전하는지도 봐야 해요.
주차가 좁은 지하주차장을 자주 쓴다든지, 골목이 많은 지역에 산다든지, 이런 게 다 변수거든요.
그날 정비소에서 그분한테 제가 직접 드린 말은 없었습니다.
그건 제 고객이 아니었고, 제가 끼어들 자리도 아니었어요.
그냥 지켜보면서, 이런 상황을 미리 아는 것만으로도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.
보험료가 싼 게 꼭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.
담보를 빼는 건 전략일 수 있지만, 이유 없이 빼는 건 그냥 빈자리를 만드는 거예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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